기업자문

제품 결함 분쟁에서 제조·수입·판매 회사가 지는 제조물 책임

이정환 변호사 2017년 8월 24일

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2017년 8월, 한 생리대 제품을 쓴 여성들에게 생리불순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는 논란이 커졌습니다. 제조사는 개봉 여부나 영수증과 무관하게 환불하겠다고 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품질검사를 앞당겨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건강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에게 환불은 손해를 메워 주지 못해 집단소송 움직임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소송의 근거가 되는 법이 「제조물 책임법」이고, 2017년 4월 개정된 조문이 2018년 4월 19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개정으로 들어온 3배 배상과 결함 추정은 그날 이후 처음 공급된 제품부터 적용되어, 당시 논란이 된 제품에는 미치지 않았습니다(「제조물 책임법」 부칙 제2조). 공급할 때의 결함은 되돌릴 수 없지만 알게 된 뒤의 대응은 회사가 정할 수 있고, 개정법은 책임의 크기를 바로 그 지점에 걸어 두었습니다.

결함 분쟁은 피해가 넓게 퍼지고 제품 정보는 회사 쪽에 있습니다

압력밥솥이 터져 사람이 다치는 경우처럼, 결함 사고는 대개 제품 밖의 생명·신체·재산으로 손해가 번지고 피해자도 여럿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피해자는 제품이 어떻게 설계되고 만들어졌는지 몰라 결함과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2000년에 제정된 이 법의 조문이 대체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쪽으로 짜인 이유입니다.

부품사와 수입사, 자기 상표를 붙인 회사도 제조업자로 책임집니다

제조물은 제조되거나 가공된 동산이며, 다른 동산이나 부동산의 일부가 된 것도 포함합니다(「제조물 책임법」 제2조 제1호). 막 딴 딸기는 제조물이 아니지만 딸기잼은 제조물이고, 아파트는 아니지만 거기 설치된 엘리베이터는 제조물입니다. 완제품에 들어간 부품을 만든 회사도 책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조업자에는 제조·가공·수입을 업으로 하는 회사가 모두 들어갑니다(제2조 제3호 가목). 제품에 자기 상호나 상표를 표시해 제조업자로 보이게 한 회사도 같아서, 생산을 맡기고 자기 브랜드로 파는 회사도 빠지기 어렵습니다. 같은 손해에 책임질 회사가 여럿이면 연대하여 배상합니다(제5조).

피해자가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영리 목적으로 판매·대여 등을 해 제품을 공급한 회사가 배상합니다(제3조 제3항). 다만 피해자의 요청을 받고 상당한 기간 안에 제조업자나 자기에게 제품을 넘긴 곳을 알려 주면 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유통 회사에게는 매입처 기록이 곧 방어 수단입니다.

결함은 제조·설계·표시 세 방향에서 따집니다

법은 제조상·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을 들고, 그 밖에 통상 기대할 수 있는 안전성이 없는 경우도 결함으로 봅니다(제2조 제2호). 제조상의 결함은 본래 설계와 다르게 만들어져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로, 제조 과정에서 주의를 다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

설계상의 결함은 합리적인 대체설계를 택했다면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는데 택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표시상의 결함은 설명이나 지시, 경고 같은 표시를 합리적으로 했다면 위험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설계도대로 정확히 만든 제품에도 이 두 결함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2017년 당시 저희는 생리대 논란에서 설계와 표시가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더 안전한 설계가 가능했는지, 우려되는 성분이 있었다면 그 위험을 알렸어야 하는지의 문제입니다. 해당 제품에 실제 결함이 있었는지는 이 글에서 판단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세 가지를 증명하면 결함과 인과관계가 추정됩니다

이 법의 책임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을 요건으로 삼지 않으며, 제품 자체에만 생긴 손해는 배상 대상에서 빠집니다(제3조 제1항). 개정법은 여기에 피해자의 증명 부담을 더는 추정 규정을 두었습니다. 피해자가 다음을 증명하면 공급 당시 결함이 있었고 그 결함으로 손해가 났다고 추정합니다(제3조의2).

  • 제품을 정상적으로 쓰던 중에 손해가 났다는 것
  • 그 손해가 제조업자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영역의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것
  • 결함이 없었다면 보통은 생기지 않을 손해라는 것

회사가 추정을 깨려면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손해가 났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생산과 검사, 출하 기록을 평소에 남겨 둔 회사일수록 그 증명이 수월합니다.

결함을 알 수 있었는데도 조치하지 않으면 면책사유 대부분을 잃습니다

회사가 아래 중 하나를 증명하면 이 법에 따른 배상책임을 면합니다(제4조 제1항).

  • 그 제품을 공급한 적이 없다는 것
  • 공급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것
  • 공급 당시 법령이 정한 기준을 지킨 결과 결함이 생겼다는 것
  • 부품이나 원재료라면, 이를 쓴 완제품 회사의 설계나 제작 지시 때문에 결함이 생겼다는 것

다만 공급한 뒤에 결함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서 손해를 막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첫 번째 사유 말고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제4조 제2항). 기술 수준이나 법령 기준으로 방어할 수 있던 회사도 사후 대응을 놓치면 그 방어를 잃습니다.

결함을 알면서 방치해 생명·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나면 3배까지 배상합니다

배상 대상은 치료비 같은 적극적 손해, 휴업손해 같은 소극적 손해, 위자료입니다. 실제 손해만 배상하는 우리 법의 원칙 탓에 악의적 행위가 되풀이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은 뒤 2017년 개정에서 이 법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들어왔습니다.

제조업자가 결함을 알면서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아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손해가 생긴 경우가 대상입니다(제3조 제2항). 배상액은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합니다. 면책 제한은 결함을 알 수 있었던 경우까지 걸리지만, 3배 배상 조문은 결함을 「알면서도」 방치한 경우를 요건으로 적고 있습니다.

법원은 고의성과 손해의 정도, 회사가 얻은 경제적 이익,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의 정도를 봅니다. 공급 기간과 규모, 재산상태,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한 정도도 고려합니다. 사고 뒤 피해구제에 얼마나 나섰는지가 3배 한도 안의 배상액을 정하는 요소로 조문에 올라 있습니다.

면책 약정과 시효에 기댈 수 있는 범위도 좁습니다

이 법의 손해배상책임을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특약은 무효라서, 약관에 책임 제한 문구를 넣어도 이 법의 책임은 줄지 않습니다(제6조). 예외는 자기 영업에 쓰려고 제품을 공급받은 회사가 자기 영업용 재산의 손해에 관해 특약을 맺은 경우입니다.

청구권은 피해자가 손해와 배상책임자를 모두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합니다(제7조 제1항). 또 제조업자가 제품을 공급한 날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다만 몸에 쌓여 건강을 해치는 물질로 생긴 손해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는 손해는 손해가 생긴 날부터 10년을 셉니다.

제조물 책임에서 회사가 되돌릴 수 없는 것은 공급 당시의 결함이고,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은 결함을 알게 된 뒤의 대응입니다. 다만 결함이 어느 유형인지, 추정을 깰 다른 원인이 있는지, 면책사유나 3배 배상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제품과 기록을 놓고 봐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제품 결함 분쟁을 앞두고 고민이나 우려가 있으시면 법무법인 마스트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면책 조항: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식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의 고유한 상황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법률 조력 없이 본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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