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문

자기주식 소각 의무는 비상장회사에도, 과태료는 상장회사에만

이정환 변호사 2026년 8월 20일

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결산 자료를 받아 자본 항목을 훑다 보면 자기주식이 한 줄 잡혀 있는 회사가 있습니다.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여쭤보면 대표님도 담당자도 바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오래 그 자리에 있었고 아무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이 그 한 줄에 기한을 붙였습니다. 뉴스가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다룬 탓에 비상장회사에서는 넘어가기 쉬운 대목인데, 조문을 열어 보면 사정이 다릅니다. 이번 글에서는 소각할 의무를 지는 회사와 과태료를 무는 회사의 범위가 어긋나 있다는 점을 중심으로, 비상장회사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조문의 주어는 「상장회사」가 아니라 「회사」입니다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안이 2026년 2월 2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6년 3월 6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습니다. 여기서 신설된 것이 제341조의4입니다. 제1항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날부터 1년 안에 소각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조문 어디에도 범위를 상장회사로 좁히는 문언이 없습니다. 법무부도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벤처기업 전체에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손질된 충실의무 조항도 같은 구조입니다. 제382조의3은 2025년 7월 22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되면서, 이사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상대가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어졌습니다. 함께 신설된 제2항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조문 역시 이사와 이사회에 관한 일반규정이고, 제542조의2 이하의 상장회사 특례 절에 있지 않습니다.

과태료 조항만 상장회사를 가리킵니다

제재로 넘어가면 범위가 달라집니다. 과태료를 정한 제635조 제3항 제9호와 제10호는 문장이 「상장회사가」로 시작합니다.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인데, 비상장회사는 이 조항의 수범자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소각할 의무는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과태료라는 제재는 상장회사에만 붙습니다. 「우리는 과태료 대상이 아니니 급할 것 없다」고 읽으시기 쉬운 지점이 여기입니다.

제재가 없는 것과 지킬 것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과태료가 붙지 않는다고 해서 조문이 비상장회사를 비켜 가는 것은 아닙니다. 법으로 정해진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 그 상태를 그대로 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충실의무 위반이 문제 될 여지가 남습니다. 다만 비상장회사가 소각 의무를 어겼을 때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는 아직 정리되지 않은 영역입니다.

충실의무 개정도 과장해서 읽으시면 안 됩니다.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곧바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닙니다. 학계의 유력한 해석은 개정 뒤에도 충실의무의 상대방은 회사이고 제2항은 주주 사이의 차별을 금지하는 취지라는 쪽이며, 개정 조문을 적용해 판단한 대법원 판결도 아직 없습니다.

당장 달라지는 것은 판단의 근거를 남기는 방식입니다. 제391조의3 제2항은 의사록에 안건과 경과요령, 그 결과, 반대한 이사와 그 이유를 적도록 하고, 제399조 제3항은 결의에 참가한 이사 가운데 이의를 적어 둔 기재가 없는 사람을 찬성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 의사록은 투자 유치 실사나 지분 분쟁에서 꺼내집니다.

기한은 언제 어떻게 취득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이미 갖고 있던 자기주식은 부칙 제2조 제1항이 정합니다. 제1호는 시행 전에 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취득해 시행 당시 보유하던 주식에 관해, 시행일부터 6개월이 지난 날을 기산점으로 잡아 그때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습니다. 시행일이 2026년 3월 6일이니 2027년 9월 5일경입니다.

신탁계약으로 취득해 수탁자가 들고 있던 주식은 다릅니다. 제2호에 따라 시행 뒤 회사가 수탁자에게서 돌려받은 날부터 1년을 셉니다. 질권이 풀리거나 자기주식을 교환·이전하는 등 개별 사정에 따라 기산일이 달라질 수 있어, 앞의 날짜가 어디에나 통하는 상한도 아닙니다.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려면 제2항이 둔 다섯 가지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해당한다고 끝나지도 않습니다.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제3항에 따라 그 계획은 해마다 주주총회에서 다시 승인받아야 합니다. 계획서에는 보유와 처분의 목적, 대상 주식의 종류와 수, 취득방법, 예정 보유기간과 처분시기를 적습니다.

먼저 하실 일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들고 있는지, 있다면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가지급금을 정리하려고 대표의 주식을 사 둔 경우나 명의신탁을 풀면서 되사 온 경우에는 주주명부와 의사록과 대금 지급 내역이 서로 다른 날짜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기한이 붙은 이상 그 날짜를 특정하는 일이 출발점입니다.

면책 조항: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식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의 고유한 상황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법률 조력 없이 본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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