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결산 자료를 받아 자본 항목에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취득하여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자기주식이라고 합니다.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는지 대표님도 담당자도 바로 답하지 못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상법이 자기주식에 기한을 부여했습니다. 주식을 없애 그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을 소각이라고 하는데, 취득한 자기주식을 정해진 기간 안에 소각하라는 것입니다. 뉴스가 상장회사를 중심으로 다룬 탓에 비상장회사에서는 넘어가기 쉽습니다.
자기주식 소각 의무는 모든 회사에 적용됩니다
개정 상법은 2026년 2월 25일 국회를 통과해 3월 6일 공포와 동시에 시행됐습니다(법률 제21448호). 신설된 조문은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도록 정합니다(제341조의4 제1항).
조문 어디에도 적용 대상을 상장회사로 한정하는 문언이 없습니다. 법무부도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벤처기업 전체에 적용된다고 밝혔습니다.
과태료는 상장회사의 이사에게만 부과됩니다
소각 의무 위반에 과태료를 정한 조항은 요건이 「상장회사가」로 시작합니다(제635조 제3항 제9호·제10호). 비상장회사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회사가 아니라 같은 조 제1항에 열거된 이사·감사·집행임원 등 개인에게 부과됩니다.
정리하면 소각 의무는 상장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과태료는 상장회사의 이사에게만 부과됩니다. 우리는 과태료 대상이 아니니 급할 것 없다고 판단하기 쉬운 지점입니다.
제재가 없는 것과 지킬 것이 없는 것은 다릅니다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조문이 비상장회사에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법령이 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가 이어지면, 그 상태를 방치한 이사에게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제399조)이나 제3자에 대한 책임(제401조)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아직 판례가 쌓이지 않은 영역입니다.
기한이 지난 자기주식은 투자 유치나 인수합병(M&A) 실사에서 지적사항으로 잡힙니다. 계약이 틀어지거나 대금이 감액되면 정리 비용은 그때 훨씬 커집니다.
소각 기한은 취득 경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은 부칙이 따로 정합니다. 시행 전에 회사가 자기 명의와 계산으로 취득해 시행 당시 보유하던 주식은, 시행일부터 6개월이 경과한 날을 기산일로 하여 그로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합니다(부칙 제2조 제1항 제1호).
다만 그 마지막 날을 2027년 9월 5일로 보는 곳과 6일로 보는 곳이 갈리므로, 앞선 날짜를 기준으로 잡아 두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기산일 자체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 신탁계약으로 취득해 수탁자가 보유하던 주식은 회사가 반환받은 날부터 1년 (부칙 제2조 제1항 제1호 가목)
- 질권이 설정되어 있던 주식은 질권이 해제된 날부터 1년(부칙 제2조 제1항 제2호).
- 소각하면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등이 정한 주식 소유 한도를 위반하게 되는 회사는, 그 한도를 준수하는 데 필요한 범위의 주식을 시행일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해야 합니다(부칙 제2조 제2항).
계속 보유하시려면 정관부터 정비해야 합니다
소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려면 법이 정한 다섯 가지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제341조의4 제2항).
- 각 주주에게 지분에 비례해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임직원 보상 목적
- 우리사주제도 실시 목적
- 합병 등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른 활용
- 그리고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입니다.
그런데 이 사유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정관에 미리 규정해 두어야 쓸 수 있습니다(제341조의4 제2항 제5호, 제434조). 정관 기재는 준비 절차가 아니라 요건입니다. 규정해 두었다고 당연히 인정되는 것도 아니어서, 실제 해당 여부는 법원이 최종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입니다.
사유에 해당한다고 끝나지도 않습니다. 무엇을, 왜, 얼마나 보유할지를 적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해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법령이 정한 기재사항을 빠뜨림 없이 담아 이사 전원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해야 합니다(제341조의4 제2항·제4항). 이 승인은 매년 다시 받아야 합니다(같은 조 제3항).
계획 작성은 회사의 중요한 업무집행이어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입니다(제393조 제1항). 부결되면 이사회 결의부터 다시 밟아야 하므로, 기한 직전에 상정하시면 되돌릴 시간이 없습니다.
소각은 쉬워지고 처분은 어려워졌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취득 사유를 가리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각할 수 있게 정리됐습니다(제343조 제1항 단서). 주주총회 특별결의도 채권자보호절차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소각하면 발행주식총수가 줄어드니 본점 소재지에서 2주 내에 변경등기를 하여야 합니다(제317조 제2항 제3호·제4항, 제183조). 이 등기를 게을리하면 상장 여부와 무관하게 이사에게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제635조 제1항 제1호).
반대로 처분은 까다로워졌습니다. 자기주식을 처분할 때는 각 주주가 가진 주식 수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취득하게 하여야 하고, 신주발행 절차 규정이 준용됩니다(제342조 제1항·제4항). 특정 임원이나 새 투자자에게 처분하려면 위 예외 중 둘째부터 다섯째까지에 해당하고 그 계획을 승인받아야 합니다(제342조 제2항).
자기주식에는 의결권과 신주인수권, 배당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 않고 질권의 목적으로도 삼을 수 없습니다(제341조의3 제1항·제3항). 합병이나 분할에서 자기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것도 금지됐습니다(제529조의2, 제530조의13).
마무리하며
회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보유하고 있다면 그 취득일과 취득 경위를 정리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대표님께 지급하고 회수하지 못한 자금, 곧 가지급금을 정리하려고 대표님 주식을 취득한 경우나, 설립 당시 명의를 빌려준 주주에게서 되사 오며 명의신탁을 해지한 경우에는 주주명부와 이사회 의사록, 대금 지급 내역이 일치하지 않기도 합니다.
함께 확인하실 것은 그 취득이 애초에 적법했는지입니다. 취득가액의 총액이 배당할 수 있는 이익, 곧 배당가능이익의 범위 안이었는지(제341조 제1항 단서, 제462조 제1항), 미리 주주총회에서 취득할 주식의 종류와 수, 취득가액 총액의 한도, 1년을 넘지 않는 취득 기간을 정했는지(제341조 제2항), 각 주주에게 균등한 조건으로 매도 기회를 부여했는지(제341조 제1항 제2호)를 보셔야 합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한 취득은 사법상 효력이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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