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지방에서 회사를 하시는 대표님과 도산 상담을 하다 보면, 절차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 절차를 어디에서 밟게 되느냐입니다. 도산사건을 맡는 법원은 회생법원이 놓인 몇 곳을 빼면 관할 지방법원 본원이었고, 그래서 무대는 회사 주소가 정해 주다시피 했습니다. 2026년 3월에 이 대목의 답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글은 회생법원 세 곳이 새로 문을 연 일과, 그것이 실무에서 무엇을 움직였는지만 다룹니다.
대전·대구·광주에 회생법원이 문을 열었습니다
근거는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입니다(법률 제20605호). 이 개정으로 대전회생법원·대구회생법원·광주회생법원이 2026년 3월 1일 설치되었고, 이틀 뒤인 3월 3일부터 사건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맡는 구역은 셋으로 갈립니다. 대전이 대전·세종·충남을, 대구가 대구·경북을, 광주가 광주·전남을 담당합니다.
충북·전북·제주는 고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법원만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채무자회생법 제3조에 항이 둘 붙어 같은 날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제12항은 채무자 소재지가 충청북도이면 대전회생법원에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고, 제13항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에 대해 같은 방식으로 광주회생법원을 열어 두었습니다. 본래의 관할 법원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낼 수 있는 곳이 하나 늘어난 구조입니다. 법인의 회생과 파산만이 아니라 간이회생과 개인회생 사건에도 함께 적용됩니다.
적용 시점은 따로 보셔야 합니다. 부칙은 시행 이후 신청하는 사건부터 이 규정을 적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걸려 있는 사건을 새로 생긴 법원으로 옮겨 오는 장치는 아닙니다. 그리고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은 판단할 일이 하나 늘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법원 가운데 어느 쪽이 회사에 나은지는 사건의 규모와 채권자 구성, 대표님이 오갈 수 있는 여건에 따라 갈립니다. 신청서를 쓰기 전에 짚어 두실 대목입니다.
거리보다 기간이 먼저 달라집니다
법원이 가까워지면 오가는 품이 줄어듭니다. 다만 실무에서 더 크게 느껴지는 쪽은 거리가 아니라 기간이었습니다. 먼저 문을 연 수원회생법원의 숫자가 그 대목을 보여 줍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7월까지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나기까지 걸린 기간은 전국 평균이 46.3일이었는데, 수원회생법원은 26.2일, 서울회생법원은 30.3일이었습니다. 도산사건만 다루는 법원과 그렇지 않은 법원 사이에 스무 날 가까운 차이가 있었던 셈입니다.
접수 건수도 같이 보실 만합니다. 수원은 개원 직전 1년 동안 123건이던 것이 개원 첫해에 214건이 되었습니다. 73.9% 늘어난 수치인데, 그 지역 사정이 1년 사이에 그만큼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절차를 밟을 곳이 가까이 있으면 회생을 한번 해 볼 만한 일로 여기게 된다고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개시결정까지의 구간이 결과를 가릅니다
신청서를 내고 개시결정이 날 때까지 회사는 그 상태로 버텨야 합니다. 그 사이에 이야기를 전해 들은 거래처가 물러서고 남아 있던 직원이 나갑니다. 이 구간이 스무 날 가까이 줄어든다는 것은 사업이 아직 돌아가는 상태로 절차에 들어갈 여지가 그만큼 넓다는 뜻입니다. 회생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넘을 때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상담이 늦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절차 자체가 멀게 느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그 거리가 줄었습니다. 회사가 대전·대구·광주 회생법원의 관할에 있다면 절차를 밟을 무대가 바뀌었고, 충청북도나 전북·제주에 있다면 어느 법원에 낼지가 검토 항목으로 새로 생긴 것입니다. 사업이 아직 움직이고 있으면 회생을, 이미 멈추었으면 파산을 보게 되는데 그 갈림길은 시간이 갈수록 한쪽으로 좁아집니다. 절차가 가까워진 만큼, 판단을 미룰 이유도 그만큼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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