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5촌 당숙의 빚, 대습상속으로 제게 넘어올까요?

이서원 변호사 2025년 10월 15일

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아버지의 사촌 형제, 곧 당숙이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숙의 배우자와 자녀를 비롯한 가까운 가족이 상속을 포기했고, 당숙의 형제들과 아버지의 형제들까지 모두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당숙보다 먼저 돌아가셔서 포기할 기회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질문은 아버지 자리를 자녀가 이어받는다면 당숙의 빚도 따라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친척들이 줄줄이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음 차례가 나일까 걱정되실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버지가 당숙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면 그 빚은 넘어오지 않습니다. 5촌은 상속인이 될 수 있는 친척의 범위 밖에 있고, 사촌 자리에는 먼저 떠난 사람의 자녀가 대신 상속하는 대습상속이 생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숙은 나에게 5촌, 아버지에게는 4촌입니다

민법은 피로 이어진 친척을 두 갈래로 나눕니다. 부모와 자녀, 조부모와 손주처럼 위아래로 곧게 이어진 사이가 직계혈족입니다. 형제자매·삼촌·사촌처럼 같은 조상에서 옆으로 갈라져 나온 사이는 방계혈족이라고 부릅니다(제768조).

방계혈족의 촌수는 공통 조상까지 올라간 대수와 거기서 상대까지 내려온 대수를 더해 셉니다(제770조 제2항). 나에게서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거쳐 증조할아버지까지 세 대를 올라갑니다. 증조할아버지에서 할아버지의 형제를 거쳐 당숙까지 두 대를 내려오니, 합해서 5촌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세면 아버지와 당숙은 4촌입니다. 상속인이 될 수 있는 방계혈족은 4촌까지이고(제1000조 제1항 제4호), 그 안에서는 촌수가 가까운 사람이 앞섭니다(같은 조 제2항). 5촌인 나는 앞 순위가 모두 포기하더라도 스스로 상속인 명단에 오르지 않습니다.

대습상속은 자녀와 형제자매 자리에만 생깁니다

대습상속이란 상속인이 될 사람이 돌아가신 분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거나 상속 자격을 잃었을 때, 그 사람의 자녀가 빈자리에 들어가 대신 상속하는 것을 말합니다. 문제는 이 제도가 모든 순위에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민법 제1001조는 이 제도가 적용되는 자리를 제1000조 제1항의 1호와 3호로 짚어 두었습니다. 1순위인 자녀·손주 등 직계비속과 3순위인 형제자매입니다. 2순위인 부모 등 직계존속과 4순위인 4촌 이내 방계혈족은 여기에 없습니다.

먼저 떠난 사람의 배우자도 자녀와 함께 그 자리에 들어가지만(제1003조 제2항), 이 역시 제1001조가 적용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사례에서는 어머니도 아버지를 대신해 당숙의 상속인이 되지 않습니다.

당숙과의 관계촌수상속 순위그 자리에 대습상속
당숙의 자녀1촌1순위생긴다
당숙의 부모1촌2순위생기지 않는다
당숙의 형제자매2촌3순위생긴다
아버지(당숙의 사촌)4촌4순위생기지 않는다
나(아버지의 자녀)5촌순위 없음해당 없음

삼촌의 빚이었다면 결론이 달랐습니다

차이는 같은 가족을 놓고 견주어 보면 선명해집니다. 아버지의 형제인 삼촌이 빚을 남기고 돌아가셨는데, 삼촌의 배우자와 자녀·손주가 모두 포기했고 할아버지·할머니는 이미 안 계신다고 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차례는 3순위인 삼촌의 형제자매, 곧 아버지와 그 형제들에게 옵니다.

아버지가 삼촌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면 이번에는 형제자매 자리의 대습상속이 일어납니다. 어머니와 나, 내 형제들이 아버지 몫을 이어받아 삼촌의 상속인이 됩니다. 내 재산으로 빚을 갚지 않으려면 정해진 기간 안에 상속포기를 하거나, 물려받은 재산 한도에서만 갚는 한정승인을 해야 합니다(제1019조 제1항).

당숙이라면 차례가 4순위까지 내려간 뒤 아버지 자리에서 끊깁니다.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자녀가 채우게 하는 규정이 없으니, 5촌 조카에게 이어지는 통로도 없습니다.

법이 사촌 앞에서 선을 그은 이유

대법원은 대습상속 제도가 대신 상속하게 되는 가족의 기대를 보호해 공평을 꾀하고, 남은 배우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대법원 2001년 3월 9일 선고 99다13157 판결의 판단입니다.

아버지가 할아버지보다 며칠 먼저 돌아가셨다는 우연만으로 손주 몫이 사라진다면, 다른 형제의 가족과 비교해 공평하지 않습니다. 반면 사촌 사이는 혈연이 한 걸음 더 멀고 생활을 함께 꾸리는 경우도 드뭅니다. 보호할 기대가 그만큼 옅다는 점에서 대습상속을 1호와 3호에만 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조문이 적용 대상을 호수까지 적어 두었으니, 해석으로 4호까지 넓히기는 어렵습니다. 사정이 비슷해 보인다고 해서 사촌의 자녀에게 같은 결론을 옮겨 올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아버지가 나중에 돌아가셨다면 따로 봐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아버지가 당숙보다 먼저 돌아가신 경우입니다. 순서가 반대였다면 당숙이 돌아가신 순간 아버지는 4순위의 한 사람으로 살아 계셨습니다.

앞 순위의 상속포기는 당숙이 돌아가신 때로 거슬러 올라가 효력이 생깁니다(제1042조). 그렇게 차례가 아버지까지 왔다면 아버지는 그때부터 상속인이었던 것이 되고, 그 자리는 아버지의 상속을 통해 가족에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습상속과는 길이 다릅니다.

아버지가 당숙의 상속을 받을지 포기할지 정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3개월이 지나기 전에 돌아가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아버지의 상속인은 자기에게 상속이 개시되었음을 안 날부터 그 3개월을 셉니다(제1021조). 그러니 두 분 가운데 누가 먼저 돌아가셨는지부터 날짜로 확인해야 합니다.

채권자에게서 연락이 왔다면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셨다면 당숙의 빚을 갚으라는 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습니다. 가정법원에 상속포기를 신고할 필요도 없습니다. 포기 신고는 상속인이 하는 절차인데(제1041조), 애초에 상속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채권자에게는 5촌이라 상속인 범위 밖이고,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셔서 대습상속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알리면 됩니다. 그래도 요구가 이어지면 내용증명으로 거절 의사를 서면에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하면, 아버지가 당숙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면 5촌인 자녀에게 당숙의 빚은 넘어오지 않습니다. 다만 돌아가신 분이 아버지의 형제인지 사촌인지, 두 분 중 누가 먼저 돌아가셨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고 기간 문제도 함께 따져야 합니다. 친척이 남긴 빚 때문에 고민이나 우려가 있으시면 법무법인 마스트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면책 조항: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식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의 고유한 상황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법률 조력 없이 본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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