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상속포기 전 보험금 수령 시 단순승인 간주 위험과 주의사항

이서원 변호사 2026년 3월 9일

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겨진 빚이 재산보다 많거나, 특정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기 위해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법원에 상속포기를 접수하고 심판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장례비나 병원비가 급하다는 이유로 피상속인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보험금을 수령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법은 상속인이 일정한 행위를 한 경우 상속을 무조건 승인한 것으로 법률상 간주해 버리는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상속포기 절차 진행 중 보험금이나 예금을 다룰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법적 위험과 구별 기준을 정리해 드립니다.

민법 제1026조 법정단순승인의 치명적 결과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에는 상속인이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단순승인이란 피상속인의 모든 재산뿐 아니라 채무까지 무제한으로 승계하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만약 법정단순승인에 해당하는 행위를 저지르게 되면, 그 이후에 상속포기를 신청하더라도 법원은 이를 각하하거나 무효로 판단합니다. 이미 상속포기 심판을 청구해 둔 상태이거나 심지어 법원의 수리 결정을 받은 후라 할지라도, 처분행위가 소급하여 문제되면 상속포기의 효력이 상실되어 피상속인의 막대한 빚을 상속인 개인 재산으로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파국을 맞게 됩니다.

상속포기의 효력 발생 시점: 심판 고지 및 확정

많은 분들이 "법원에 상속포기 신청서를 냈으니 이제 나는 상속인이 아니다"라고 오해하십니다. 그러나 상속포기는 가정법원에 신청서를 제출한 순간 효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법원이 심판을 내려 상속인에게 고지되고 확정되어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합니다.

법원의 업무 처리에 따라 상속포기 결정문이 나오기까지 통상 1개월에서 3개월 이상 걸립니다. 이 대기 기간 동안 상속인은 법적으로 여전히 상속인의 지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따라서 결정문이 나오기 전에 피상속인의 재산을 건드리는 것은 곧바로 상속재산 처분행위가 됩니다.

수령해도 되는 보험금 vs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보험금

보험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법적 성격을 갖는 것이 아닙니다. 보험의 종류와 수익자가 누구로 지정되어 있는지에 따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이 되기도 하고,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이 되기도 합니다.

  • 수령 가능한 보험금: 상속인의 고유재산 (처분행위 비해당)
    • 수익자가 특정 상속인 또는 '법정상속인'으로 지정된 사망보험금: 대법원 판례(2004다21187 등)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망보험금청구권은 상속인의 고유재산입니다. 이는 상속재산이 아니므로 상속포기자라 할지라도 보험사에 청구하여 수령할 수 있으며, 법정단순승인이 되지 않습니다.
  • 절대 수령해서는 안 되는 보험금: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처분행위 해당)
    • 피상속인이 생전에 입원·치료받으면서 발생한 실손의료비, 입원일당, 진단비(암, 뇌출혈 등): 이는 피상속인이 생전에 본인의 치료비 보전을 위해 청구할 수 있었던 채권이므로 명백한 '상속재산'입니다.
    • 보험계약자 및 수익자가 모두 '피상속인 본인'으로 지정된 생명보험금: 이 역시 상속재산에 포함됩니다.
    • 피상속인이 납입하다 해지되어 발생하는 보험계약 해약환급금: 이 또한 피상속인의 재산입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를 고려하고 있다면, 수익자가 피상속인 본인으로 되어 있는 실손보험금이나 진단금, 해약환급금은 단 1원도 청구하거나 수령해서는 안 됩니다.

피상속인의 통장 잔고 인출과 신용카드 결제의 위험

부모님 사망 후 장례비나 병원비 결제를 위해 고인의 체크카드로 돈을 찾거나 예금을 이체하는 경우가 매우 흔합니다. 법원은 장례비용의 경우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합리적 범위 내에서 지출된 경우 예외를 인정하기도 하지만, 입증 책임이 상속인에게 있고 경계가 모호하여 분쟁의 불씨가 됩니다.

특히 고인의 예금을 인출하여 일반 생활비로 쓰거나 특정 채권자에게 임의로 변제하는 행위는 100% 법정단순승인으로 인정됩니다. 따라서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법원의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고인 명의의 계좌에는 일체 손을 대지 말고 모든 장례·치료비용은 상속인 본인의 자금으로 지출한 뒤 영수증을 철저히 보관해 두어야 안전합니다.

상속포기는 작은 절차적 실수 하나로 거액의 채무를 떠안을 수 있는 매우 엄격한 가사 실무 분야입니다. 고인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수령해야 할 사정이 있다면, 수령 전 반드시 보험증권과 계약 내용을 상속 전문 변호사에게 제시하여 법적 성격을 정확히 감정받으시길 바랍니다.

면책 조항: 본 게시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정식 법률 자문이나 변호사의 의견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의 고유한 상황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법률 조력 없이 본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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