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는 서류를 챙길 겨를이 없습니다. 절차에 필요하다며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건네는 일이 흔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문제는 그 인감이 상속재산의 협의분할에 쓰이는 경우입니다.
동의가 빠진 협의분할은 무효입니다
협의분할은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과 다르게 재산을 나누기로 합의하는 것입니다. 비율은 자유롭게 정할 수 있지만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상속인 전원의 진정한 합의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 협의분할은 무효이고, 그에 기초한 등기도 효력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인감을 빌려 간 목적이 장례 절차였다면, 그것으로 협의분할서를 만든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일입니다.
상속회복청구권
민법 제999조는 진정한 상속인이 참칭상속인에게 침해된 상속권의 회복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참칭상속인이란 상속권이 없으면서 상속인인 것처럼 행세해 상속재산을 취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다른 상속인의 동의 없이 단독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요건은 네 가지입니다. 청구인이 법정상속인일 것, 상속권 없이 상속재산을 점유한 자가 있을 것, 그 자가 진정한 상속인의 권리를 침해했을 것, 그리고 기간 안에 행사할 것입니다.
기간이 가장 위험합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개시를 안 날로부터 3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안에 행사해야 합니다. 이 사건 유형에서 위험한 것은 뒤쪽입니다.
인감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대개 한참 뒤에, 다른 일로 등기부를 떼어 보다가 알게 됩니다. 사망으로부터 7년, 8년이 지난 시점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은 아직 남아 있어도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이 다가와 있으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알게 된 즉시 기간부터 계산해 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먼저 확보할 자료
- 인감증명서 발급 내역 — 관할 주민센터에서 발급대장 열람을 신청합니다. 언제 몇 통이 발급됐는지가 남습니다
- 협의분할서 — 등기소에서 사본 발급을 신청해 서명과 날인을 확인합니다
- 인감을 빌려준 경위 — 당시의 문자메시지, 통화기록, 목격자 진술
- 가족관계증명서 — 상속인의 범위를 확정합니다
이 가운데 인감증명서 발급 내역이 핵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장례 절차에 필요한 통수를 넘겨 발급된 사실이 확인되면 용도를 다투는 데 쓸 수 있습니다.
민사와 형사, 그리고 조정
민사로는 상속지분의 회복과 함께 그동안의 임대수익 등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형사로는 타인의 인감으로 협의분할서를 만든 행위가 사문서위조, 이를 등기소에 낸 행위가 사문서행사, 그렇게 재산을 취득한 것이 사기에 해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상대가 가족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정법원의 가사조정을 먼저 밟아 재분할이나 금전 보상으로 정리하는 편이 결과와 시간 모두에서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기간만은 조정 중에도 계속 흐른다는 점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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