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이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먼저 이혼소송을 냈고, 아내는 이혼할 생각이 없어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다투던 중이었습니다. 소송이 이어지면서 혼인을 깨뜨린 책임이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 즉 남편이 유책배우자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남편은 부정행위 문제로 걸린 소송(상간소송)에서 져 수천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야 했고, 아내 모르게 진 빚까지 있었습니다. 돈이 급해진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를 통보하듯 매물로 내놓았습니다. 집은 전부 남편 명의였고, 남편은 이미 집을 나가 따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은 중개사무소에 사정을 설명해 매물을 일단 내렸지만, 남편이 언제 다시 올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물으신 것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 피고도 집을 팔지 못하게 막는 신청, 곧 가처분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혼을 막아 달라고 다투면서 재산분할을 꺼내는 것이 앞뒤가 맞지 않아 보여 망설여지실 수 있습니다.
이혼을 반대하는 쪽도 장래의 재산분할청구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부부가 갈라설 때 결혼 생활 동안 둘이 함께 이룬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민법은 이 권리를 이혼한 사람의 「일방」에게 준다고만 적을 뿐, 누가 먼저 이혼을 청구했는지는 묻지 않습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1항, 재판상 이혼은 제843조).
아직 이혼 판결이 나기 전이라 이 권리는 장래에 생길 권리입니다. 그래도 이혼소송이 법원에 걸려 있는 동안에는, 이혼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해 소를 낸 원고든 소를 당한 피고든 이 장래의 권리를 지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가처분으로 지키려는 권리, 곧 피보전권리가 피고인 아내에게도 있다는 뜻입니다.
집이 남편 명의라는 점도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혼인 중 부부가 협력해 마련한 집이라면 등기부에 누구 이름이 올라 있든 나눌 몫을 따지는 대상이 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2항). 법원이 남편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이면 그다음에는 이 집을 어떻게 나눌지를 다투게 되므로, 가처분은 그때를 대비해 집을 붙잡아 두는 장치입니다.
등기부에 금지를 올리는 것은 사전처분이 아니라 가처분입니다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은 재산분할의 결론이 나기 전에 명의자가 집을 팔거나 담보로 잡히지 못하도록 법원이 임시로 금지해 두는 결정입니다. 가정법원은 재산분할 같은 가사사건을 본래 다툴 재판, 곧 본안으로 삼아 이 가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다만 가처분은 본안을 전제로 한 임시 조치여서, 남편이 신청하면 법원은 기간을 정해 아내에게 본안을 내라고 명합니다. 그 안에 내지 않으면 남편의 신청에 따라 가처분이 취소됩니다(가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민사집행법 제287조). 이혼 기각을 구하는 피고라도 이혼이 받아들여질 경우에 대비한 재산분할 청구를 어떤 형태로 낼지 미리 정해 두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법원이 집의 양도나 저당을 금지하면 그 사실이 등기부에 기입됩니다(민사집행법 제305조 제3항). 기입된 뒤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도 금지의 효력을 내세울 수 있어, 매각을 사실상 막는 힘이 생깁니다.
가정법원이 소송 도중 재산을 처분하지 말라고 명하는 사전처분이라는 제도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처분은 강제로 실현할 힘, 즉 집행력이 없어 어겨도 과태료를 물릴 수 있을 뿐입니다(가사소송법 제62조 제5항, 제67조 제1항). 등기부에 올려 거래 자체를 막아야 한다면 가처분을 따로 신청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피고라는 사실보다 집이 팔릴 위험을 보여 주는 일이 관건입니다
가처분을 받으려면 지킬 권리가 있다는 점에 더해, 지금 막지 않으면 나중에 권리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까지 법원에 소명해야 합니다. 소명은 완전한 증명까지는 아니어도 법원이 수긍할 만큼 자료로 뒷받침하는 일입니다. 권리 쪽은 이혼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사실과 집이 분할 대상이라는 점으로 대체로 설명되므로, 실제로 힘을 쏟을 곳은 처분 위험입니다.
이 사례에는 남편이 집을 팔 가능성을 가리키는 사정이 여럿 겹쳐 있었습니다. 사정마다 뒷받침할 자료를 짝지어 두면 신청서가 한결 단단해집니다.
- 매물로 내놓은 사실 — 팔 뜻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가장 직접적인 사정입니다. 중개사무소 확인서, 매물 등록 화면, 중개사와 직접 나눈 통화 녹음을 모읍니다.
- 상간소송 패소로 생긴 위자료 — 수천만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돈이 급하다는 신호입니다. 판결문이나 화해조서처럼 지급 의무가 드러나는 서류를 냅니다.
- 아내 모르게 진 빚 — 재정 형편이 나쁘고, 가족에게 알리지 않고 움직여 왔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채무 증명서, 금융거래 내역, 신용정보를 구할 수 있는 만큼 확보합니다.
- 별거 — 집을 나가 따로 사는 남편은 이 집을 처분하는 데 망설임이 덜할 수 있습니다. 주민등록등본, 이사 관련 서류, 따로 산다는 점이 드러나는 연락 기록이 자료가 됩니다.
아이들이 그 집에 살고 있다는 사정도 함께 적습니다
이 사례의 아이들은 미성년자로, 지금 집에서 계속 살기를 원했습니다.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면 공부할 환경과 친구 관계가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재학증명서나 아이들의 뜻을 보여 주는 자료를 곁들이면, 왜 서둘러 막아야 하는지가 재산 문제를 넘어 더 분명해집니다.
자기 잘못으로 생긴 위자료와 몰래 진 빚을 해결하려고 가족이 사는 집부터 팔려 한다는 점도 짚어 둘 만합니다. 가처분의 요건은 어디까지나 권리와 처분 위험이지만, 이런 경위는 막아야 할 필요를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함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늦을수록 막기 어렵고, 담보 부담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이런 가처분은 속도가 결과를 가릅니다. 남편이 매물을 다시 올려 계약을 맺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치고 나면, 그 뒤에 받는 가처분은 실익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미 팔렸다면 아내의 재산분할을 해칠 줄 알면서 한 거래라며 취소를 청구하는 길이 남기는 합니다(민법 제839조의3). 하지만 산 사람이 그런 사정을 몰랐다면 취소할 수 없으므로(민법 제406조 제1항 단서), 팔리기 전에 묶어 두는 것과는 무게가 다릅니다.
담보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사사건의 가처분은 담보를 요구하지 않고도 명할 수 있다고 법에 적혀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3조 제2항). 담보를 정하더라도 부동산처분금지가처분은 보증보험으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아, 목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부담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가처분은 이혼소송 전체의 방향과 맞물려 정합니다
가처분은 떨어져 있는 절차가 아니라 이혼소송을 어떻게 끌고 갈지와 함께 움직입니다. 이혼 기각을 원하시는 뜻은 그대로 두시더라도, 법원이 이혼을 받아들이는 경우까지 내다보고 준비하셔야 합니다. 집을 지켜 두면 재산분할에서, 남편의 잘못을 적극적으로 주장해 두면 위자료에서 한결 유리한 자리에 설 수 있습니다.
집이 묶이면 급한 돈을 집으로 마련하려던 남편의 계산도 어긋납니다. 남편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므로, 이것이 오히려 서로 받아들일 만한 합의로 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혼을 원하지 않아 피고로 다투고 있더라도, 이혼소송이 계속 중이라면 장래의 재산분할청구권을 근거로 남편 명의 집의 처분을 막는 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매물 등록·위자료·빚 같은 처분 위험을 무엇으로 소명할지, 담보를 어떻게 마련할지, 이혼 기각 주장과 재산분할 청구를 어떻게 함께 세울지는 서류와 사정을 보아야 압니다. 이혼소송 중 가족이 사는 집이 팔릴까 봐 고민이나 우려가 있으시면 법무법인 마스트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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