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설립 자본금이 바닥을 보일 무렵이면 대표님들이 같은 질문을 들고 오십니다. 밖에서 자금을 받아야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식회사를 전제로, 그중에서도 주식을 새로 발행해 자금을 받는 경우를 정리합니다.
왜 주식회사인가
상법이 정한 회사의 형태는 여럿이지만 실무에서 마주치는 것은 대부분 주식회사입니다. 자금을 모으는 쪽에서 보면 이유가 분명합니다. 주식이나 사채를 발행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받을 수 있고, 주주가 누구인지가 회사의 성격을 좌우하지 않아 주주가 바뀌어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습니다. 주식을 넘겨 투자금을 회수할 통로가 있고, 주주는 자기가 낸 인수대금 말고는 회사 빚에 개인 재산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길은 크게 넷입니다. 주식발행, 회사채발행, 특수관계인으로부터의 차용, 제3자로부터의 차용입니다. 이 글은 첫 번째만 다룹니다.
신주를 발행한다는 것
주식이라는 말은 두 가지를 함께 가리킵니다. 하나는 회사에 대해 주주가 갖는 권리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금을 이루는 단위입니다. 액면금에 주식수를 곱하면 자본금이 됩니다.
발행 시점으로 나누면 설립할 때 하는 발행과 그 뒤의 신주발행이 있습니다. 설립할 때는 액면금 그대로 발행하지만, 신주는 대개 액면가보다 높은 값에 발행합니다. 이것을 할증발행이라 합니다. 이때 자본금은 액면가와 발행주식수에 비례해 늘고, 발행가와 액면가의 차액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잡힙니다.
반대로 액면가보다 낮게 발행하는 할인발행은 원칙적으로 막혀 있습니다(상법 제330조). 자본금이 실제로 들어온 돈보다 적게 잡히면 회사의 책임재산이 부실해지기 때문입니다. 회사 설립 후 2년이 지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최저발행가액을 정한 뒤 법원의 인가를 받는 경우에만 예외가 열립니다(상법 제417조).
그래서 투자를 받아 신주를 발행할 때는 거의 언제나 할증발행입니다. 얼마에 몇 주를 발행할지, 곧 투자금과 투자자의 지분율을 정하기 위해 회사의 값을 매기는데 이것이 기업가치평가입니다.
누구에게 배정하는가 - 주주배정과 제3자배정
신주를 발행할 때 회사는 먼저 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기존 주주에게 인수하게 할 것인지, 주주가 아닌 사람에게 인수하게 할 것인지입니다. 앞의 것을 주주배정, 뒤의 것을 제3자배정이라 합니다.
엔젤, 시드, 브릿지, 시리즈 A 같은 투자 절차는 기존 주주가 아닌 벤처캐피털이나 개인투자자와 진행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래서 투자 유치는 대개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형태를 띱니다.
제3자배정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제3자배정은 기존 주주가 가진 신주인수권을 밀어내고 그 지분율을 희석시킵니다. 상법은 그래서 제3자배정을 아무 때나 못 하게 하고,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처럼 경영상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경우로 제한하고 있습니다(상법 제418조 제2항).
여기에 더해 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관에 제3자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규정이 없다면 먼저 정관을 고쳐 근거를 만들어 두고 발행 절차에 들어가는 편이 안전합니다. 실무에서도 투자계약을 맺을 때 투자자 쪽이 정관을 손보라고 요구하는 일이 흔합니다.
이사회나 주주총회 결의, 각종 통지와 공고기간처럼 절차로 정해진 것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씩 지켜 두어야 나중에 신주발행을 둘러싼 다툼을 막을 수 있습니다.
경영권을 지키려고 발행하면 무효가 된다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 대주주는 우호 지분을 모으려 합니다. 이때 기존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특정인에게 제3자배정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법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대법원은 이 방식에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상법 제418조 제1항과 제2항은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면 기존 주주가 보유 주식의 가치 하락이나 지배권 상실이라는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원칙적으로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도록 하고 제3자배정은 정관이 정한 바에 따라서만 가능하도록 한 규정입니다. 그 사유도 신기술 도입이나 재무구조 개선처럼 경영상 부득이한 예외로 제한됩니다. 따라서 경영상 목적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정관이 정한 사유가 없는데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상법 제418조 제2항을 위반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 됩니다(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8다50776 판결).
기존 주주는 이 경우 신주발행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우호 지분을 늘리려고 특정 주주에게만 신주를 몰아주는 방식은 경영권을 지키는 방법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발행 자체를 되돌려야 하는 분쟁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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