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재판상 이혼을 청구하려면 민법 제840조가 정한 여섯 가지 사유 가운데 하나에 해당해야 합니다. 배우자의 부정행위, 악의의 유기, 심히 부당한 대우, 3년 이상의 생사불명처럼 앞선 사유들은 특정한 사건을 가리킵니다. 제6호만 성격이 다릅니다.
제6호는 사건이 아니라 상태를 묻습니다
제6호는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로 새깁니다.
그래서 제6호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보다 지금 어떤 상태인지가 쟁점이 됩니다. 별거와 성적 관계의 단절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둘 다 그 자체로 위법한 행위는 아니지만,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남아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별거는 기간이 아니라 실질로 봅니다
법원은 별거를 물리적 분리로만 보지 않습니다. 판례는 "부부가 장기간 별거하는 등의 사유로 실질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 파탄되어 실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게 되고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를 이혼사유로 인정합니다.
여기서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떨어져 지낸 햇수가 길어도 왕래와 화해가 반복됐다면 파탄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반대로 기간이 길지 않아도 공동생활의 실체가 완전히 비어 있으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세어야 할 것은 달력이 아니라 관계의 내용입니다.
성적 관계의 단절은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함께 봅니다
성관계는 혼인의 본질적 요소에 속합니다. 대법원은 "성적 접촉이 없는 상태가 일시적인 정도를 넘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해서 성교를 거부하는 경우,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질병이나 노령처럼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 사유를 주장할 때는 거부의 사실만이 아니라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까지 함께 다루어야 합니다.
별거 기간의 재산은 따로 봅니다
별거가 길어진 부부에게는 재산분할에서 별도의 문제가 생깁니다. 판례는 별거 후에 취득한 재산은 "별거 전 쌍방의 협력에 의해 형성된 자원에 기한 것이 아닌 한"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과 혼인 중 상속·증여로 취득한 재산은 민법 제830조의 특유재산이라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다만 상대방이 그 유지와 증식에 기여했다면 증가분은 나눌 수 있습니다. 전문직 부부처럼 한쪽이 배우자의 사업장에서 일한 사정이 있으면 이 대목이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판례는 "혼인 중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의 도움으로 의사, 변호사 등 장래 고액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이나 자격을 취득한 경우, 이 능력이나 자격으로 인한 장래 예상 수입 등이 재산분할 시 참작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장기간의 별거와 성적 관계의 단절은 파탄을 보여 주는 유력한 자료입니다. 다만 이혼 청구가 받아들여지는 것과 유리한 조건을 얻는 것은 다른 문제이고, 후자는 파탄의 책임이 어느 쪽에 더 있는지와 재산이 언제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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