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상환전환우선주(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 RCPS)는 회사법상 발행되는 주식으로 전환권, 상환권, 이익배당에 관한 우선권, 청산에 관한 우선권이 하나로 묶인 종류주식입니다. 벤처캐피털은 대체로 상환전환우선주 투자를 선호하고, 스타트업은 시드 라운드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계약을 진행할 때 이 주식을 발행하게 됩니다.
청산우선권과 자본충실의 원칙

우선주는 보통주에 비해 이익배당에 관한 우선권 또는 청산에 관한 우선권을 갖는 주식입니다(둘 다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산우선권은 우리 회사법에서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주식의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식회사법에는 강행규정의 성격을 갖는 자본충실의 원칙이 있고, 이에 어긋나는 계약은 효력이 부인될 수 있습니다. 자본충실의 원칙이란 회사 일반채권자의 책임재산이 되는 자본금을 회사가 충실히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상법 주식회사 편 곳곳에 규정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회사 설립 시 자본금의 설정과 납입, 변태설립(현물출자 등)의 제한, 유상증자 시 액면발행 또는 할증발행의 원칙(할인발행의 엄격한 제한), 주주로부터 납입된 자본금의 반환 불가 원칙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잔여재산 분배를 통해 주주가 투하자본을 회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자본충실을 해치는 일이므로, 법률상 또는 정관상 정한 해산사유가 생겨 청산에 들어간 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됩니다.
계약서의 청산우선권이 부딪히는 지점
상환전환우선주 투자계약에는 잔여재산 분배에 관한 우선주의 내용으로 청산우선권이 들어갑니다. 계약에서 정한 해산사유 또는 그에 준하는 사유가 생기면 잔여재산 분배를 청구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 해산사유가 미국법이 적용되는 계약에서 통용되던 것이라, 우리 회사법이 적용되는 계약에 그대로 옮겨 놓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실무에서 쓰이는 계약서는 회사가 인수합병되는 경우(경영권 이전, 합병, 분할 등)를 청산 사유의 하나로 정해 두고, 회사에 대해 투자액에 일정 금액을 더한 액수만큼, 또는 그 몇 배수만큼 잔여재산 분배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조항에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먼저 잔여재산 분배를 청구하려면 정관이나 법률이 정한 해산사유를 충족해야 하는데, 계약에서 청산 사유로 적어 둔 인수합병은 회사법이나 정관이 정한 해산사유로 보기 어렵고, 해산을 결의하는 주주총회를 갈음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수합병이 이뤄지더라도 피인수·피합병 회사의 투자자가 이를 이유로 회사에 재산 분배를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유상증자에 따라 투자자가 낸 주금은 투자회사의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을 이루고, 자본충실의 원칙상 임의로 반환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반환은 신주발행 무효 사유가 엄격하게 제한되는 신주발행 무효의 소라는 특수한 방법으로만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계약서에서 청산 사유를 넓게 정해 두고 계약의 이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밖의 방법으로 회사 재산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강행규정 위반이 되어 효력이 부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분인수를 통한 경영권 이전에서 실질적인 이익을 얻는 쪽은 회사가 아니라 이해관계인으로 규정되는 지배주주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조항은 법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그 의미와 상대방을 정확히 정하지 못한, 실효성 없는 조항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점을 감안해 주요주주를 이해관계인으로 규정하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연대하여 의무를 부담하도록 구성한 투자계약이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투자계약을 검토할 때는 이 부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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