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서원 변호사입니다.
결혼하고 31년, 두 아이를 키우며 줄곧 전업주부로 살아오신 분이 남편의 정년퇴직 뒤 이혼을 결심하셨습니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나온 질문은 부부 재산이 아니라 시부모님 재산이었습니다.
"부부 명의로는 남편 앞으로 된 아파트 한 채와 제 이름의 전세보증금 1억원이 전부예요. 시부모님께서는 아파트 12억원과 상가건물 8억원을 갖고 계시고 남편에게 물려주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습니다. 30년 넘게 봉양과 병간호를 도맡았고 시부모님 사업도 무보수로 도왔는데, 이혼하면 그 20억원과는 남이 되는 건가요?"
이 질문에는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가 섞여 있습니다. 시부모님 재산을 나눠 받을 수 있는가와 31년의 세월을 얼마나 인정받는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갈라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아직 상속되지 않은 시부모님 재산은 나눌 수 없습니다
어려운 답부터 말씀드립니다. 시부모님이 살아 계신 동안 그 재산은 며느리는 물론 아들에게도 아직 자기 재산이 아닙니다. 상속은 돌아가신 시점에 그때의 상속인에게 생기는 것이라, 지금은 앞으로 받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기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시부모님이 생전에 다른 자녀에게 증여하실 수도, 유언으로 상속인을 바꾸실 수도, 재산을 전부 처분하실 수도 있습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함께 만든 재산을 기여도에 따라 나누는 제도라 지금 확정적으로 존재하는 재산만 대상으로 합니다.
다만 이미 남편에게 넘어온 것이 있다면 다릅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시부모님이 이미 남편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이므로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확정적인 내용의 유언이 있다면 협상에서 고려 요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소송 준비가 아니라 확인입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 금융거래 내역, 세무 신고 자료를 살펴 혼인 기간 중 남편 앞으로 넘어온 것이 없는지 찾아야 합니다. 부부 재산이 적어 보여도 여기서 그림이 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31년의 기여도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시부모님 재산을 받기 어렵다는 말이 31년이 아무 값도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정을 지키고 자녀를 키운 것은 남편이 밖에서 일할 수 있게 뒷받침한 기여입니다. 법원은 가사노동과 육아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 50 대 50, 또는 그 이상의 비율을 인정하는 흐름입니다.
여기에 30년 넘는 봉양과 병간호가 더해집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을 썼다면 들어갔을 비용, 명절과 제사 준비에 든 비용을 계산하면 그 값이 숫자로 드러납니다. 무보수로 도운 시부모님 사업도 그 기간의 임금 상당액으로 환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쌓이면 통상 50 대 50인 비율이 60 대 40까지 올라갈 여지가 있고, 위자료에도 참작될 수 있습니다.
노후를 실제로 지켜 주는 것은 연금분할입니다
오래 전업주부로 지내신 분에게 가장 실질적인 권리는 연금분할청구권입니다. 연금분할이란 혼인 기간 중 낸 국민연금 보험료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나누는 제도입니다. 이 글을 쓴 시점의 국민연금법으로는 배우자 한쪽의 청구로 최대 50%까지 나눠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31년간 직장에 다니며 낸 보험료는 상당할 것이고, 본인 명의로 든 연금이 없다면 이 권리의 무게는 더 커집니다. 지금 나눌 재산이 적어 보여도 매달 들어올 연금액까지 함께 놓고 보면 협상의 그림이 달라집니다.
정리하면
i) 아직 상속되지 않은 시부모님 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ii) 다만 이미 남편에게 증여된 재산은 대상이 될 수 있으니 등기와 거래 내역부터 확인합니다.
iii) 31년의 가사노동과 봉양은 별개로 기여도에 반영되어 분할 비율을 올릴 근거가 됩니다.
iv) 연금분할을 재산분할과 함께 계산해 노후 설계까지 세워야 합니다.
황혼이혼은 재산 다툼으로 끝나지 않고 남은 생계와 바로 이어집니다. 받을 수 없는 것과 받을 수 있는 것을 처음부터 갈라 놓고 준비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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