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이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세무조사를 하도록 정하고, 다른 목적으로 조사권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법이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재조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합니다. (국세기본법 제81조의4 및 같은 법 시행령 제63조의2)
재조사를 제한하는 규정들
- 세무공무원은 조사를 받을 납세자에게 조사를 시작하기 10일 전에 조사대상 세목, 조사기간, 조사 사유 등을 통지해야 합니다. (제81조의7 제1항)
-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세금탈루 혐의가 여러 과세기간이나 다른 세목까지 관련되는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조사가 진행되는 중에 세무조사의 범위를 확대할 수 없습니다. (제81조의9 제1항)
- 특정 세목만 조사할 필요가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납세자의 사업과 관련하여 세법에 따라 신고·납부의무가 있는 세목을 통합하여 실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제81조의11)
같은 세목과 과세기간을 거듭 조사하면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해칠 뿐 아니라 세무조사권 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국세기본법이 재조사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사건의 경과
기사에서 언급된 현대중공업의 사안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 1차 세무조사 — 2001. 2. 20.부터 2001. 6. 29.까지,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외’로, 조사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1998년까지’로, 과세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2000년까지’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00 사업연도의 임대료 수입 누락, 계열사 선급금 과다지급 등을 이유로 2000 사업연도 법인세 약 122억 4천3백만 원을 부과할 예정임이 고지되었습니다.
- 2차 세무조사 — 국세청은 2005. 12. 7.부터 2006. 1. 5.까지 다시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등’으로, 조사대상기간을 ‘2000 사업연도’로, 조사사유를 ‘○○우주항공 주식변동내용 확인’으로 하는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기초하여 법인세를 부과하였습니다.
쟁점 — 주식변동내용 확인이 1차 조사에 포함되는가
다툼의 핵심은 2차 세무조사의 대상인 ‘주식변동내용 확인’이 1차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되는지였습니다.
세무조정 신고를 할 때 주주 변동이 있으면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별지 제54호 서식)를 포함해 법인세를 신고합니다.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하므로 세무대리인이 의뢰인에게 반드시 확인받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법인세 신고 시 주식등변동상황명세서를 제출했다면 주식 변동에 대해서도 적법하게 신고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1차 세무조사의 조사대상 세목이 ‘법인세 외’이고 과세대상기간이 1996년부터 2000년까지였으므로, 회사가 적법하게 신고한 주식 변동에 관한 내용까지 1차 조사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차 세무조사가 현대중공업의 2000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3 제2항이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앞서 이루어진 세무조사의 대상에 ‘○○우주항공 주식변동내역’에 관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2차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부과처분은 위법한 재조사에 기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 2013두6206, 2015. 9. 10.)
1심과 2심에서는 ○○우주항공에 대한 신주인수행위에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나 정작 승부를 가른 것은 국세기본법이 정한 세무조사 재조사 금지 규정이었고, 납세자가 승소했습니다. 국세청으로서는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일격을 맞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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