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상속

중복 세무조사가 뒤집은 1천억원대 법인세 소송

이정환 변호사 2016년 2월 11일

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이 적정하고 공평한 과세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조사하도록 하고, 다른 목적으로 조사권을 쓰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 연장에서 같은 세목과 같은 과세기간에 대한 재조사도 원칙적으로 금지됩니다(제81조의4, 시행령 제63조의2).

절차를 묶어 두는 규정은 더 있습니다. 조사를 시작하기 10일 전에 세목과 기간, 사유를 알려야 하고(제81조의7 제1항), 탈루 혐의가 여러 과세기간이나 다른 세목에까지 걸친다고 확인된 경우가 아니면 조사 도중에 범위를 넓힐 수 없습니다(제81조의9 제1항). 특정 세목만 볼 필요가 있는 예외가 아니라면 신고·납부의무가 있는 세목을 통합해 조사하는 것이 원칙입니다(제81조의11).

같은 세목과 기간을 거듭 들여다보는 일은 납세자의 영업의 자유와 법적 안정성을 크게 흔들고 조사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법이 이렇게 촘촘히 막아 둔 이유입니다.

이 조항이 결정적으로 작동한 사건이 있습니다.

과세관청은 2001년 2월부터 6월까지 조사대상 세목을 법인세 외로, 조사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1998년까지로, 과세대상기간을 1996년부터 2000년까지로 하는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뒤 2000 사업연도의 임대료 수입 누락과 계열사 선급금 과다지급을 이유로 법인세 약 122억원을 부과할 예정임을 알렸습니다. 이것이 1차 조사입니다.

그리고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월까지 같은 회사에 대해 세목을 법인세 등으로, 기간을 2000 사업연도로, 사유를 주식변동내용 확인으로 하는 조사가 다시 이루어졌고 여기서 법인세가 부과되었습니다. 2차 조사입니다.

다툼의 초점은 2차 조사가 노린 주식변동내용 확인이 1차 조사의 범위에 이미 들어 있었는가였습니다.

세무조정에서 주주 변동이 있으면 주식 등 변동상황명세서를 붙여 법인세를 신고합니다. 제대로 내지 않으면 과태료가 따르는 서류라 세무대리인이 의뢰인에게 반드시 확인받는 항목이기도 합니다. 이 명세서를 냈다는 것은 주식변동에 관해서도 적법하게 신고를 마쳤다는 뜻입니다.

1차 조사의 세목이 법인세 외였고 과세대상기간이 1996년부터 2000년까지였다면, 적법하게 신고된 주식변동 내용도 그 범위 안에 있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도 2차 조사가 2000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거듭된 조사로서 금지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앞선 조사의 대상에 해당 주식변동 부분이 적혀 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결과 2차 조사에 기초한 부과처분도 위법하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13두6206, 2015. 9. 10. 선고).

1심과 2심에서는 신주인수행위에 부당행위계산 부인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승부는 재조사 금지 규정에서 갈렸습니다. 실체를 다투기에 앞서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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