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자문

전자정보 압수수색과 영장주의 원칙

이정환 변호사 2017년 2월 27일

안녕하세요. 이정환 변호사입니다.

7월 초쯤이었을 겁니다. 아침 아홉 시경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관세청이 의뢰인 회사에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들이닥친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을 나서 현장에 닿기까지 전화로 상황을 듣고 관세청 직원과도 통화하며 마음이 급했던 기억이 납니다.

압수수색을 표현한 그림

헌법은 피의자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제27조 제4항)과 적법절차의 원칙(제12조 제1항·제3항)을 보장합니다. 그러나 수사 단계에서 이것이 충실히 지켜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수사기관이 무법이나 탈법을 저지른다는 뜻은 아닙니다. 혐의를 밝히고 대상자를 특정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보니 그 과정이 부드럽거나 친절하기는 어려운 것이죠.

그날도 영장을 제시받기까지 한 차례,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나가려는 것을 막느라 또 한 차례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필요한 증거만 복사해 가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으로서는 현장에서 그 작업을 하느니 전부 실어다 사무실에서 천천히 찾고 싶은 유혹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자리는 법률지식만큼이나 물러서지 않는 태도가 작용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 자리를 정리한 것은 결국 이동하는 차 안에서 되짚어 본 조문과 판례였습니다. 근거는 두 갈래입니다. 적법절차를 어기고 확보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되어 증거능력을 얻지 못합니다. 그리고 영장 집행이 적법한 범위는 영장에 적힌 범죄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모으는 선까지입니다. 피의사실과의 관련성, 곧 영장주의의 문제입니다.

수사기관을 상대하는 형사대응은 결국 아는 만큼만 막아낼 수 있습니다.

위법한 압수수색을 다룬 신문 만평

전자정보에 관한 대법원 판시도 같은 방향입니다. 저장매체를 통째로 반출하거나 복제본을 만들어 쓰는 것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됩니다. 그 예외가 인정되더라도 수사기관 사무실에서 복제하고 탐색하고 출력하려면 두 가지를 갖추어야 합니다. 피압수자나 변호인에게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것, 그리고 혐의사실과 무관한 전자정보가 함부로 복제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예외적 상황에서도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까지 탐색·복제·출력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이어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탐색 도중 별건 혐의가 우연히 드러난 경우에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계속 뒤질 수는 없고, 탐색을 멈춘 뒤 별도의 영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되는 절차는 처음의 압수수색과 구별되는 새로운 절차이므로 참여권 보장과 압수목록 교부 같은 보호 조치가 다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요컨대 우연히 발견했다는 사정만으로 탐색을 이어갈 수는 없고, 별건은 별건대로 처음부터 절차를 밟으라는 취지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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